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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일지] 꽃은 피어나리라

(수완뉴스=사회, 캐나다)어렸을 때부터 역사와 나는 떼 놓을 수 없는 관계였다. 세종대왕 전기집을 재밌게 읽고 시작한 지 9년, ‘총체’에 접근함으로써 ‘새로운’ 지식을 습득할 수 있어 만족감을 느꼈다. 단순한 카타르시스가 아니다. 지난 날의 나의 발자국을 돌이켜 보면 산전수전 일을 다 겪은 듯한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중학교를 다니던 도중 성격적 문제 때문에 대인관계에서 애로사항을 겪었다. 섣불리 가까워지려 했다가 어느 순간 타자에 대해 의심을 많이 품은 나머지 친구와의 관계가 쉽게 멀어지고 외톨이가 되었다.  후유증이 찾아왔고  소수 몇 사람을 제외한 나머지는 잠시 ‘스쳐 지나가는 연’ 이라 여기고 경계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았다. 그러면서 혼자만의 시간과 공간, 움직임을 좋아하기 시작했다.

 역사는 그랬던 나에게 일종의 구세주였다. ‘역생역사’, 역사에 살고 역사에 죽는다고나 할까. 맹목적인 표현이지만 하나에 제대로 집중하지 않고선 정신을 제대로 붙들고 살기 불가능할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2014년이 다가오면서 인터넷 역사 커뮤니티에서 정열적으로 활동했고, 세세한 부분까지 파고 들어가기 위해 주말에 시간날 때마다 도서관에 들려 하루 종일 ‘러시아의 민족문제와 역사학(류한수 외 4명 저)’ 따위의 책들을 읽어댔다. 자전거와 함께 인근 동네의 사적지나 시골 동네를 돌아다니기도 하면서 과거의 정취를 감상하며 생각하기를 즐겼다. ‘역사’에 관한 활동들을 통해 마음속에 자리잡은 불안을 대체하고 싶었다.

나의 ‘보물 1호’가 역사라는 사실은 캐나다에서도 변하지 않는다. 영어 작문과 대인관계를 수월하게 해내고 대학/컬리지를 나와야만 얼굴을 들고 살 수 있는 이곳에서 강박증, 압박감은 상승하기 마련이다. 할 수 있는 한도 내에서 밤샘하면서 최대한 노력하지만 그렇다고 뚜렸한 결과가 나오는 것도 아니었다. 심신은 지치고 무너져갔다. 만일 이 때에 역사에 대한 애정을 저버렸다면 내가 온전히 숨 쉴 수 있었을까.

불안과 근심이 마음속을 휩쓸 때면 늘 역사 속에서 정신적 위안과 희망을 찾는다. 1941년 12월, 독일군에 의해 봉쇄되어 참극이 일어난 즈음에 작곡된 쇼스타코비치의 교향곡 7번 ‘레닌그라드’의 가락이 생존 투쟁의 전선에 서 있는 나와 겹쳐 보였다. 시민들이 겪은 기아와 폭격과 살아남기 위한 결사 항전의 의지를 격렬하고도 빠른 북소리와 장송곡의 분위기로 표현한 곡이 나를 대변하는 듯한 인상을 주었다.

지난 세월 내내 나의 삶은 역사에 대한 정으로서 지탱되었다. 비록 친구와 이웃, 그리고 고향을 떠나갔지만, 총체에 대한 무한한 탐구는 심장을 뛰게 한다. 총체를 정확히 이해하기 위해 경제학, 사회과학, 정치학 방면으로 외연을 확장시키려 한다. 동시에 나 자신의 미래를 위해 복잡다단한 현실에서 총체의 역할은 무엇인지를 성찰하려 하고 있다.

회색빛 잿더미에서도 꽃은 피어난다. 삶이 아무리 고달플지라도 꿈을 품고 있는 한 막히는 길은 없다. 희망을 갈망하며, 삶 자체로 자리잡은 역사가 앞으로도 불안정할 삶에 힘을 주었으면 좋겠다.

@시민기자 

김의진 

편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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