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완뉴스=임윤아] 한국에만 수십 개의 신문사가 있다. 큰 규모로 손꼽히는 <동아일보> <중앙일보> <문화일보> 오래된 역사를 자랑하는 조선일보 역시, 큰 상금과 더불어 일 년에 한번씩, 훌륭한 작품을 선발한다. 분야별 당선자에게는 개별연락이 간다. (1월 1일 지면에 실리기 때문에 12월 말에는 개별연락이 간다) 신춘문예는 당선된 작품/당선자 소감/심사위원평으로 나뉜다.
올해 모집된 작품 수와 심사위원의 조언이 명시되어있다. 대여섯의 본심 통과자들 작품평과 낙방한 이들에 대한 심심한 위로로 대개 마무리된다. 시, 시조, 동화, 동시, 단편소설, 중편소설, 수필, 시나리오, 평론, 희극, 등단할 수 있는 분야는 이처럼 많지만, 일 년에 단 한번, 단 한 사람의 당선자를 선출하기 때문에 모든 작가 지망생들의 꿈이라고 볼 수 있다.
일 년에 한번만 주어지는 기회와 몇 달 간을 기다려야하는 일반투고로도 역시 쉽게 정식 작가가 될 수 없다. 한창 문학시장이 잘되고, 작가가 괜찮은 직업으로 평판 나있을 때, 한 신문사에서는 10,000 대 1이라는 어마어마한 경쟁률까지 치솟은 적 있다. 현재는 평균적으로 수백 대 1의 경쟁률이다. (소설과 시의 경우, 다른 부문에 비해 경쟁률이 훨씬 높다. 시는 다작 출품이 가능하니 작품수로 보았을 때 수천 대 일이 평균이라 볼 수 있다)
요즘 떠오르는 추세로 ‘자비 출판’이 있다.‘독립 서점에 입고를 하는 형태’로 1인 출판의 경우를 흔하게 볼 수 있다. 직접 원고를 쓰고, 퇴고한 뒤, 표지와 가격을 정하며, 정해놓은 기본 부수를 찍은 다음, 각종 독립서점ㆍ인터넷 서점에 문의를 한다. 수익의 30%, 40% 정도를 서점에서 뗀 뒤 나머지 수익은 작가에게 돌아가는 형태다. 몇 부를 입고할지는 서점주인 마음이다. 당연히 모든 서적을 다 받아주지 않는다. 서점의 특징, 손님들의 연령대, 사장님의 취향, 서점 자체가 추구하는 주제에 맞는, 취지에 걸맞는 서적만 받아준다. 입고할 수 있는 책의 부수 역시 열권, 스무 권 내지로 적은 편이다. (처음 독립 서점에 입고할 때는 5권 미만으로 받는 경우가 대다수다, 주로 30%를 떼간다)
등단 없이 책을 낼 수 있는 방식은 대표적으로 두 가지가 있다. 위처럼‘내 돈’으로 혹은 ‘출판사’에서. 365일 열려있는 일반투고는 주로 ‘메일’과 ‘우편’으로 나뉘는데, 열에 다섯은 어떠한 피드백도 해주지 않는다. 그러나 희망은 아직 있다. 나머지 열에 다섯은 ‘투고 검토 안내’답문을 보낸다. 출판사의 출간 방향과 부합하지 않는다, 취지와 맞지 않는다는 말이 대다수다. 빠르면 일주일 이내, 긴 곳은 3개월씩 걸리는 경우가 있다. 1권 분량을 투고해야하니, 여유를 가지고 준비해야 한다. 당연히 우편 접수보단 메일 접수를 추천한다.
대부분의 작가 지망생에겐 원고료가 지급되는 경우는 없다. 대다수 단행본을 낸 경력이 있는 작가에게 ‘청탁’을 하는 형태로, 네이버 블로그 및 한국예총과도 같은 사단법인에서도 원고료 없이 칼럼 원고를 받는다. 한국예총 같은 경우에는 원고 검토 후, 예술세계란에 게시한다.
네이버 [영화]에 투고 문의를 한 적 있는데, 블로그 및 사이트에 미리 올려둔 평론ㆍ기사ㆍ칼럼을 먼저 차례로 검토한 뒤, 해당 작가에게 청탁하는 형식이라고 밝혔다.
커리어를 쌓는 건 또 별개다. 백일장은 문학이 아니라는 김영하 작가의 말처럼, 학생이라면 지역별 백일장을 통해 내 커리어를 쌓아올릴 수 있겠지만, 일반인에게는 그리 큰 문학적 도움을 주지 못한다. 무엇보다 지역별로 나뉘기 때문에 출신을 아예 무시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작가로서의 명예를 안겨주는 신춘문예 등단을 포함하여 각종 문예지ㆍ계간지에서 신인상을 수상하여 등단하는 길도 있다. 신춘문예집을 제외한 저자 한 사람 한 사람을 위한 출판은 등단여부와는 별개다. 신인상은 신인상으로 끝나는 것이 대부분이다. 상패나 상장을 받는다. 상금이 있나, 없나의 차이다. 신인상 원고를 모집하는 카페나 개인 사이트로 이루어진 곳이 수도 없이 많다. 한편, 규모가 큰 <문학동네> <창작과 비평> <문학과지성사>에선 매년 우편으로 신인 발굴을 위해 작품을 받는다. 창작과 비평 같은 경우에는 신인은‘분야별 일반투고’가 불가능하다. ‘창작과비평 신인상’에 우선 응모하라 명시되어 있다.
[각종 공모전, 백일장, 수시투고, 신춘문예, 신인상, 문학상, 사이트 연재, 독립(자가)출판] 작가로서의 생은 크게 나누면 이렇다.
글을 쓰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문학이 직업이 되려면, 원고료가 있어야 하는데, 한 개의 글을 완성시킬 때마다 계약으로 이어지는 게 불가능하니 작가는 가난 할 수밖에 없다. 원고료 지급 관련 법이 생긴다면 얼마나 좋을까. 영화 시나리오 작가만 50만 명이라는 한국에서, 대형으로 불리었던 서점이 폐점되고, 기댈 수 있는 곳이 도서관뿐인 이곳. 과연 책이 옳게 작용되고 있는가에 대한 고민이 부쩍 커져간다.
대형 출판사에도 신인 발굴을 위해 별다른 수 없이 베스트셀러 작가에 의존을 하고 있으니 말이다. 문학계에서 사재기하는 경우마저 생겨났다. 무엇보다 가장 최근에 충격을 받은 것은 ‘되팔기’ 문제였다. 중고 서점 알라딘에 들러 책을 살펴보는데, 작가가 친필사인을 해놓은 시집을 보았다. 시집 뿐만 아니라 이러한 경우가 꽤나 많다. 누군가에게 들뜬 마음으로 제 책을 선물했을 작가의 마음이 보여 가슴 아팠다. 적어도 아는 이에게 책 선물 받은 건 알라딘 같은 중고 서점에 팔지 않았으면 좋겠다.
앞으로 세상 밖으로 나올‘순수문학’이 기존에 발표된 고전문학에게 뒤처지거나 부끄럽지 않도록, 청렴한 환경에서 누군가를 구원할 예술로 남길 바란다. 무엇보다 문학을 사랑하고, 문학이 주는 힘을 믿으며 앞으로 걸어가는 이들에게 보다 현실적인 기회가 주어지길 바라는 마음이다.
신인작가 발굴 후 전속 계약, 청탁 말고도 다양한 곳에서 메일로 원고를 받아 원고료를 지급 받으며 잡지, 개인 블로그, 사이트에 좀 더 많이 실었으면 한다. 자가 출판을 준비하는 이들에게 얼마의 지원을 해주는 것도 좋다. 아무리 순수하게 문학 하나만으로도 행복하다 한들, 당장 먹을 게 없어 굶어야하는 건, 열정으로도, 사랑으로도 극복될 수 없으니 말이다.
집필이라는 몇 번의 고된 한계를 넘어서는 신인 작가, 지망생, 문학인들에게 제 스스로 ‘작가’라 칭할 수 있도록, 창작 비용을 지원해주는 시스템이 하루 빨리 도입되어야 한다고 본다. 원고료는 내가 이번 겨울에도 무사히 보낼 수 있다는 땔감 같은 존재다. 내 안의 감정을 끄집어내어, 나를 위한, 누군가를 위한 글을 쓰는 모든 이에게 깊은 존경과 박수 그리고 희망을 보낸다.
글, 임윤아 칼럼리스트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