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완뉴스=김동주 기자] 9월은 대학 수시 접수기간으로 한국 고3 학생들이 가장 분주하게 움직여야 할 시기이면서 긴 인생에서 해야 할 많은 선택의 기로 중에 중요한 순간에 놓여져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할 수 있다.
누군가에게 대학 진학은 고교 시절과는 차원이 다른 심화 학습을 통한 다양한 기회의 창출이거나 다른 한편으로 중학교에서 고교를 진학하는 과정처럼 학창시절의 연장선상일 수 있다. 이처럼 많은 이들에게 대학 진학의 의미는 각기 다르게 느껴질 것으로 보여진다.
한국의 수시 지원 제도는 미국 대학의 입학사정관 제도에서 착안된 제도로서 대학수학능력시험을 통해 선발하는 기존 정시라는 제도보다 다양한 기회 균등을 위해 도입된 제도이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10대 시절 동안 학생들이 살아온 인생을 자기소개서라는 틀에서 공정하게 선발한다는 것이 본래 취지인 수시 전형은 도입 초기에는 많은 언론과 학생, 학부모들의 관심을 샀다.
그러나 현재와 같은 수시 전형 제도는, 한국 교육에서 고질적으로 변질되어 갔다. 특히 재력 있는 부모들이 자신의 자녀가 좋은 대학에 진학하기 위해 제도를 악용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 박근혜-최순실게이트의 공범 최서원(최순실에서 개명)씨의 딸 정유라씨의 이화여대 부정입학 논란과 최근 붉어진 조국 前 법무부장관의 딸 조민씨의 부산대 의전원 입학논란에서 찾아볼 수 있으며 해당 사건들은 언론과 방송을 통해 전파를 타며 국내 많은 고등학생과 학부모들에게 분노와 회의감을 느끼게 해주었다.
특히 수시 전형의 평가항목에서 자기소개서가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는데, 학생과 학부모는 다른 지원자보다 자신의 자소서가 돋보이게 하기 위해 각종 스펙을 쌓거나 공모전, 경시대회에서 수상하는 등 이러한 활동에 열심이다. 또한 일부 학부모들은 자기소개서 작성에서 핵심인 고등학교 생활기록부를 위해 수백~ 수천만 원 이상의 고액 입시 컨설팅을 받기도 한다. 이 때문에 입시 공정성에 문제가 생기거나 가정형편이 어렵거나 사정이 여의치 않은 학생들은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기도 한다.
이러한 현실은 어쩌면 60년대~70년대 우리나라가 못 먹고 못 살던 시절 좀처럼 교육의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던 세대의 분풀이로 해석된다. 이런 현실을 적나라하게 표현한 드라마인 JTBC 금토드라마 스카이캐슬(2018년 11월 23일부터 2019년 2월 1일까지 방영)에서 현 부모 세대가 가지지 못했던 욕망을 자식으로부터 해소하고자 하는 모습을 찾아볼 수 있다.
위와 같은 폐단으로 인해 지난달 25일 한국대학교육협의회는 2024학년도 대학입학전형기본사항을 대학입학전형위원회의 최종심의와 의결을 거쳐 최종 확정·결정했다. 이번 기본사항 개편의 주요 요지는 전년도 기본계획의 일관성을 유지하되, 대입제도 공정성에 따른 자기소개서 폐지를 반영하여 학생부종합전형 전형자료에서 자기소개서는 삭제되었으며, 학생부위주 전형 중 입학사정관 등이 참여하여 평가하는 전형은 학교생활과 관련한 전형자료(학교생활기록부, 면접 등)를 반영하지만, 각종 인증시험 점수, 경시대회 등 교외 수상 실적은 평가에 반영하지 않도록 하였다. 또한 농어촌학생의 자격요건도 보완되었는데, 재학기간과 거주기간은 연속된 연수만을 인정하기로 하였다. 그리고 학생과 부모의 거주는 각각의 주민등록상 거주기록이 일치해야 한다.
그러나 인간이 만든 법과 제도는 허점이 많고 악용될 가능성이 많다. 왜냐하면 이 세상의 모든 인간들이 당신과 같이 정직하지 않기 때문이다. 선이 있으면 반드시 악이 뒤 따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기서 알 수 있는 건 법을 어기거나 제도를 악용하는 이들은 응분의 대가를 모두 치렀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 2016년 12월 이화여대는 정유라씨의 입학을 취소함과 동시에 정유라씨에게 특혜를 준 교무처장 등을 중징계하였으며, 지난달 24일 부산대는 조민씨의 의전원 입학 취소 결정을 내리면서 취득한 의사 면허도 취소될 가능성이 열렸다. 또 조국 前 법무부장관의 아내인 정경심 동양대 前 교수는 딸 조민의 논문 의혹으로 2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았고 동양대에서도 면직 처리됐다.
그렇지만 정유라씨나 조민씨 입시 논란 사태로 입시 공정성 문제는 쉽게 해결되지 않을 것이며 교육부와 유관기관들은 지속적으로 논의하여 개선책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그리고 대학 입시의 당사자인 학생들과 학부모들의 관심과 국회의 관련 입법화 추진도 필요하다.
이처럼 자신의 능력이 아닌 부모의 재력이라던가 꼼수, 비리로 남의 기회를 빼앗고 욕심을 부리는 건 나중에 반드시 화를 불러오게 되어 있다.
선진국 반열에 들어간 한국 사회가 보다 공정하게, 한국 교육이 바른 길로 인도되길 진심으로 바란다.
김동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