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완뉴스=김동주 기자] 20년 전부터 학술계와 언론계에서는 공교육의 위기를 언급해 왔다. 그래서 교육계와 정부는 발빠르게 관련 대안과 정책을 제안하고 실행해 왔다. 그러나 학생 인권 침해, 교권 침해 등 공교육 내의 문제는 쉽게 해결될 조짐이 보이지 않고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우리 교육이 가진 문제를 직면하고, 공교육과는 다른 교육 모델을 가진 제천 간디학교를 취재해 보았다.
다음은 이병곤 교장과의 인터뷰 일문일답이다.
Q. 간략한 자기소개.
A. 2017년 2월부터 3대 교장으로 일을 시작했다. 본인은 교육전문지 우리교육 기자, 성공회대학교 대우 교수, 광명시평생학습원 원장, 경기도교육연구원 전문연구원으로 일한 경험 이 있다. 대전에 소재한 건신대학원대학교 대안교육학과의 겸임교수로 활동하고 있기도 하다. 교육철학을 전공하였으며, 대안교육과 미래교육, 심미적 교육, 마을공동체와 교육 등에 관심 갖고 실천하면서 지냈다.
Q. 간디학교에 대해서 잘 모르는 독자들을 위해 학교에 대해서도 소개한다면?
A. 중·고등학교가 통합된 6년제 비인가 기숙형 대안학교이다. 마하트라 간디 선생님의 이념과 철학에 따라 ‘생태주의’, ‘마을공동체’, ‘비폭력 저항주의’에 입각한 교육을 실천을 하려고 애써왔다. 108명의 학생들이 25명의 교사들과 함께 삶을 나누고, 서로 배우며 가르치는 교육공동체를 지향하고 있다.
Q. 제천간디학교는 어떤 동기로 세워지게 된 학교인가?
A. 경쟁교육, 더 소비하면서 반생태적으로 변화해 가는 현실을 변화하기 위해 작은 촛불 하나 켠다는 소박한 뜻으로 설립자이자 초대 교장인 양희창 선생이 사재를 털어 세운 학교이다. 재정적으로 어려울 때 여러 뜻을 같이 하는 독지가와 학부모들이 눈물과 땀을 흘려 지켜온 터전이다.
Q. 간디학교가 나아가고자 하는 교육 목적, 지향점 등은 무엇이며, 기존 공교육과 간디학교의 교육은 어떤 차이점이 있나?
A. 더불어 행복한 사람을 키워내는 일이 가장 큰 교육목적이다. 덜 소비하고, 함께 살며, 생태 위기를 극복하고, 우리 사회의 인권과 민주주의를 실제로 지켜낼 수 있는 시민을 양성하는 것 이 학교의 목적이다. 기존 학교와의 차이점은 실제로 위와 같은 목적 달성을 위한 교육과정을 운영한다는 것이다. 학생회가 일상의 생활 규칙을 제정·개정하며, 학사 일정 상의 학교 행사를 주체적으로 기획하고 조직한다.
잔반을 거의 남기지 않는 식습관을 지켜가며, 어려운 결정은 전체가 모인 공동체 회의를 통해 함께 숙의한다. 교사와 학생 사이에 믿음과 사랑으로 배우고 가르친다. 서로를 존중하며, 개인의 의사를 적극 경청합니다. 시험과 경쟁이 없고, 수업 선택 권한은 학생에게 있다. 입시나 대학 진학을 위한 교육은 전혀 실시하지 않는다. 졸업 전에는 4개월 간의 인턴십 프로그램을 통해 자신의 관심사를 현실 가운데서 실제로 키워나간다.
Q. 간디학교는 설립 이후로 비인가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특별히 비인가 상태를 유지하는 이유가 있나?
A. 앞선 교육과정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교육과정 편성의 자유를 100% 누려야 하고, 그 교육과정을 실행할 수 있는 교사가 필요하다. 교사자격증을 갖춘 교사를 의무 채용해야 하는 인가 학교에서는 쉽게 행할 수가 없겠다. 그렇기 때문에 경제적인 어려움을 감내하면서 비인가 상태를 자발적으로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학교가 인가를 받아 교육부와 교육청이 요청하는 NEIS 행정망이 학교 교무실로 들어오는 순간, 그리고 국가교육과정의 일부라도 의무적으로 전달해야 하는 수업 시수를 배정받는 순간, 우리가 하려고 하는 교육과정의 특성을 제대로 살려 나갈 수 없다.
Q. 간디학교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기존 공교육의 문제점은 어떤 부분인가?
A. 민주시민을 키운다면서 결국 시험에서의 경쟁 잘하는 방법에만 몰두하고 있다. 학생들의 다양한 관심, 호기심, 각자 다른 능력을 하나씩 개별적으로 성장시키지 못하고 있다. 교과목을 가르치지 않고, 각자의 능력과 잘할 수 있는 역량을 키워줘야 하는데, 그렇게 하려면 많은 시간과 노력, 기다림이 필요하다. 하지만 공교육에서는 그렇게 개별적인 발달 과업을 성취할 때까지 기다려 줄 수 없다고 생각한다.
Q. 학교를 운영함에 있어서 가장 많은 도움을 준 사람이 있나?
A. 학교 운영의 법적 기구인 <사단법인 간디공동체>의 김명철 이사장이다. 졸업 학생의 학부모이기도 했던 김 이사장은 학교가 재정적 어려움을 겪을 때 항상 큰 도움을 주었을 뿐아니라 대안학교 운동의 지속성을 위해 깊은 신념과 애정을 바탕으로 하여 다각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Q. 학교에서 근무하시는 동안 보람차고 기억에 남는 일이나 기억에 남는 사람이 있나?
A. 6년간의 긴 세월을 통해 학생 한 명 한 명의 성장과 발달을 지켜볼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보람이다. 학생 한 아이, 한 아이의 성장이 교사들에게 가장 큰 기쁨으로 다가온다. 그것을 현장에서 직접 지켜보지 않으면 교사들의 갖는 벅찬 느낌과 감동을 잘 알 수 없다. 강 박장애나 우울증 등 심리적 어려움을 가진 학생이 공동체의 힘으로 그것을 극복하고 늠름하게 성장해 나갈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끼기도 한다. 고마운 분들이 많아 한 분씩 말씀드리기도 버겁다.
Q. 간디학교 학생들은 졸업 후 진로 진학 계획은 어떻게 되나?
A. 대학으로의 진학, 해외에서 여행 또는 일해보기 경험, 유학, 시민사회단체 근무, 농촌공동체 참여, 창업이나 창직, 일반 기업체 근무, 공무원 사회로의 진출, 어린이집이나 대안학교 근무 등 다양하다. 진로보다는 특정한 일을 하기 전에 ‘얼마나 균형 잡힌 인격과 자신에 대한 긍정적인 마인드’를 갖고 있는지가 더 중요하다. 교육 가운데 가장 가르치기 힘든 분야가 ‘인성’, ‘관계 맺음 능력’ ‘복잡하거나 힘든 일을 돌파하는 힘’이다.
Q. 간디학교의 아이들과 학부모님들에게 하고 싶으신 말씀이 있다면?
A. 자기 긍정의 힘, 새로운 환경에 적응할 수 있는 능력 갖추기, 협력하는 자세, 불안한 세상에서 쫄지 않고 버틸 수 있는 회복탄력성 갖기가 미래사회를 맞아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자산이라고 말해주고 싶다.
한편, 간디학교는 1997년에 처음 개교되었으며, 22년 전에 제천으로 이전했다. 간디학교는 졸업학년도에 4개월 간 인턴십을 통해 성장하고 해당 학년에 1주일 간 인문학 캠프를 진행하고 있다. 또한 학교에서 진행하는 수업에 대한 선택의 자유가 보장되고 학생들을 중심으로 자치적이고 자율적인 조직을 경험해 볼 수 있다. 특히 교내에는 7개의 작업장이 있는데, 2년 간 노작 교육을 의무 시행하고 있어서 학생들이 농사를 통해 생명 존중의 기쁨을 가져볼 수 있다. 그리고 매주 수요일에는 교과 시간이 없는 ‘열린 수요일’을 운영해 학생 스스로 자기 학습 계획을 세워 자율적으로 그 시간을 활용하고 있다.
김동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