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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nday, February 23,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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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순

실존은 본질보다 앞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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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엄

그립거나두려울 게 별로 없고정욕에서도 놓여난 지금 타인의 미소를 사야 할 필요가더는 없으므로 어디로든 갈 수 있지만가고 싶은 곳도가야 할 곳도 없기에 헛수고와 비굴을 멈추고좌초한 배처럼 주저앉아풀벌레 소리 사라진차갑게 식은 세상을 바라본다 삶이란맨손에 쥔 한 줌 눈덩이 같은 것

이력서

몇 년을 벼리고 벼려 겨우 한 줄온 계절을 다 보내고야 또 한 줄 빛바랜 책 속에 그어진 밑줄 같은가슴 아린 지나간 삶의 흔적 눈 위 두껍게 쌓인 어둠 아래활활 타오르는 기억숨을 쉬기조차 힘든 독한 허무 겨울바람에 구르는...

저물녘

구절초 무성한마른 잎 구르는 이끼 낀 산책로 벼랑에서 떨어지는가는 물줄기나뭇가지에 줄지어 앉은 까마귀 핏빛 노을휘어지는 길 위로 어리는너무 미안해서 서러운그리운 얼굴 서늘한 바람에문득 깨어느리게 다시 걷는다

추모

갈매기 무리 지어 앉는오래된 방파제 아래 끊임없이 떠밀려와속절없이 부서지는 파도 무너지는 마음과옷자락 입에 무는 슬픔이머무는 자리 봄철 꽃처럼해사했던 아이마지막이 시리게 가여워 죽은 나무처럼 서서오래도록 바라본다

아픈 여름

검은 구름에서 불어온악한 바람이막내 누이를 데려간 후 폭우처럼 쏟아지는 슬픔에머릿속에 번개가 칠 때마다벼락을 맞은 듯이천둥 같은 울음을 울었고 가슴이 타들어 가는 아픔에숨을 쉴 수 없을 때에는이글대는 태양이 달구는 거리를무턱대고 걸었고 어렸던 그때처럼손등으로 눈물을 비비며돌아가신 아버지께 빌었다 잘못했습니다.

재취업

상념에 잠긴 채복잡한 거리를 지나날 선 시선들이 만드는생경한 시공간의 흐름 속에서들끓는 심정을무표정으로 가리고익숙지 않은 장비로구차스레 밥을 벌다가흐릿한 거울 속일그러진 얼굴을 바라보며손을 닦고일당을 계산하며가로수 아래를 걸어음식 냄새 자욱한 골목에 눕는다

은행(銀杏)

파아란 하늘에 푸르게 맺혀어루만지는 바람에장식 방울처럼 흔들리기도 했으나 폭우 속 번개에 놀라고 천둥에 떨더니 어느 가을날 여름내 쌓인 햇빛의 무게에 수직으로 낙하하여 바닥을 구르다 노란 잎으로 끔찍한 냄새를 가리었느니 이제는 쉬어야 하리 응어리는 땅에 맡기고

초 혼 (招魂)

생사의 갈림길에 매달린 그악한 절규그 애달픔에 발을 구르고맥락 없이 이어지는 어린 시절의 추억에머리를 감싸 쥔다 양친의 모습이 어린 고운 얼굴은가슴 속 화인으로 타들어 갈 뿐말이 되어 나오질 않으니떨리는 손으로 향을 사르고피어오르는 연기만 우두커니 바라본다 문득 머릿속을...

강가에서

폭우에 떠밀려 비스듬히 꽂힌잠자리가 맴맴 도는껍질 벗겨진 마른 가지 몸 부대끼며하늘거리는 갈대가 부러워 달그림자 짙은 밤이면바람이 실어 오는 소식에가슴 조이고 깊은 하늘 속가물거리는 별빛이 애달파 짐짓 강물만 바라보다아침을 맞는다

하루

허위허위 올라간 길에고즈넉한 산사쏟아지듯 엎드려 절하고망연히 바라보니 어둑한 하늘에검은 새 날아오르고키 큰 나무 사이 가파른 길은아득하다 수은등 켜진 거리앙칼진 바람에마른 가지는 이상한 날갯짓을 한다

그믐달

금빛으로 벼린 달이 위태롭게 걸려있는시커먼 하늘 아래로 겨울 까마귀가 지나고 가을에 겨워 제 잎을 뚝 뚝 떨구던 나뭇가지는눈가루 섞인 쌩한 바람에 아픈 소리를 낸다. 걸음마다 놓인 추억의 긴 그림자는어둠 가득한 정자로 향하고 난간에 걸터앉아모퉁이에 도사린 길고양이에게...

고려 : 26대 충선왕, 경계인으로 살다

왕 장, 이지르부카충렬왕과 제국대장공주 사이의 맏아들이며 쿠빌라이의 외손자로서 첫 몽골 혼혈 고려국왕이다.1275년 출생하였고, 3살에 세자로 책봉되었는데,이듬해에 원에 입조하여 외할아버지 쿠빌라이의 귀여움을 많이 받았다고 한다.17살에 다시 입조하여 쭉 몽골에서 생활하였는데,19살 되는 1294년에 쿠빌라이가 죽었고,22살에, 이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