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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교육청, 발달장애학생 직업능력개발센터 설립에 관한 호소문[전문]

[수완뉴스] 6일, 서울시교육청은 최근 ‘발달장애학생의 직업능력개발센터’의 설립에 관해 제기동 주민들의 반발이 거세짐에 따라 이에 대한 호소문을 출입기자들에게 배포하였다. 오전 8시 54분에 본지의 서울시교육청출입기자에게 보낸 발달장애학생을 위한 직업능력개발센터의 호소문은 총 다섯페이지에 달하는 분량으로 다음과 같다

 

존경하는 제기동 주민여러분!


최근 서울시교육청과 한국장애인 고용공단이 발달장애 학생들을 위해 직업능력개발센터를 설치하기로 하자 일부 주민들께서는 강력하게 반대를 하고 있습니다. 이 분들이 주민설명회를 무산시키기도 했습니다. 물론, 주민들 중 찬성하시는 분도 적지 않음을 알고 있습니다.


저는 지난 일요일 주민 대표들과 대화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주민들께서는 직업능력개발센터 설립을 취소하거나 이전하는 방안 등에 대해서 제안하였고, 저는 주민대표님들께 다시 한 번 생각해주시도록 요청드리며 대화를 마쳤습니다. 그런데 하루 후에 열린 주민설명회를 일부 주민께서 무산시키는 바람에 지속적으로 대화를 이어가고자 하는 저의 소망은 좌절 되었습니다. 그리하여 저는 그동안 주민들께서 교육청에 전한 여러 가지 우려 섞인 의견들과 지난 일요일의 대화에서 전달된 의견 등에 대해서 깊은 고민을 해보았습니다. 그런 고민 속에서 주민 여러분께 호소문을 써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직업능력개발센터의 설립에 따른 여러 가지 우려사항들에 대해서 검토를 하면서, 무엇보다도 먼저 직업능력개발센터에 대해 일부 주민들께서 실제보다 너무 큰 우려를 하고 계시다는 점, 장애인과 함께 사는 사회를 만들어가야 한다는 우리 사회의 인권적 관점에 비추어, 직업능력개발센터에 대해서 주민 여러분들께서 한 번 더 열린 마음으로 접근해주시기를 청해야겠다는 결론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저는 서울 학생들의 교육을 책임지고 있는 교육감으로서 간곡히 호소드립니다.

장애학생들이 생존에 필요한 직업훈련을 받을 수 있도록 도와주십시오.

장애학생들과 지역이 함께 발전할 수 있도록 힘을 실어 주십시오.


직업능력개발센터에 대해서 과도한 우려를 가지실 필요가 없습니다.  또한 그 우려를 보완할 방법을 같이 찾아가도록 합시다


반대하시는 주민들께서는 직업능력개발센터가 들어설 경우 많은 문제점이 있다고 지적하십니다. “성인 발달장애인들이 옴으로써 일반학생들에게 위협이 될 수 있다.”, “가뜩이나 어려운 지역 여건이 더욱 열악하게 된다.”, “성일중학교가 마치 장애인중학교처럼 됨으로써 학교의 장래가 불안해질 수 있다.”, “학교 교육환경이 열악해진다.”, “성일중 학생들의 교육시설이 협소해진다.”, “센터에 인접한 빌라 등에 큰 해를 미친다.” 등등 다양한 반대 의견을 들었습니다. 


이것은 직업능력개발센터에 대한 과도한 우려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바탕에는 발달장애인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자리하고 있는 것으로 느껴집니다. 며칠 전 JTBC에서는 심층적인 조사를 통해서 장애인 시설이나 특수학교가 들어서더라도 인근 아파트나 거주 지역에 결코 악영향을 끼치지 않는다(심지어 아파트 가격이 상승하며 하락의 추세가 없다)는 점 등을 보도한 바가 있습니다. 저희는 주민들의 우려가 전혀 근거가 없다고 이야기하지는 않겠습니다. 그러나 직업능력개발센터의 입주를 전제로 하여 머리를 맞대고 보완 방안을 찾는 노력을 함으로써 극복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또 일부 주민들께선 ‘글로컬타워로 장소를 옮겨서 들어가면 좋지 않은가’ 하고 반문합니다. 저희도 검토를 해보았습니다마는, 저희는 고등학교 발달장애학생들을 위한 연장교육으로서 이 센터를 설립하고자 한 것이며, 그곳은 이러한 목적과 부합하지 않습니다. 또한 매년 2억 6천만원에 이르는 임대료를 교육청이 감당하기도 어렵습니다. 그리고 글로컬타워 입점을 희망하는 동대문구 장애인단체가 직업능력개발센터의 클로컬타워 이주에 대해 반대하는 공문을 보내온 상태입니다. 설령 클로컬타워로 이주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성일중학교보다 글로컬타워의 접근성이 떨어져 장애학생은 더 먼 거리를 오랜시간 걸어야 하는 어려움이 있습니다.

주민들께서는 상당히 쉬운 방안으로 이를 제안하시지만 저희가 실무적으로 이를 검토한 결과 실현에 많은 어려움이 있고 애초의 목적과도 멀어진다는 점을 말씀드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일부 주민들의 주장 중 한 가지는 특히 마음에 걸립니다. “왜 하필이면 어려운 지역이라고 할 수 있는 제기동인가”하는 부분입니다. 저희 교육청이 특별히 어느 지역을 염두에 두고 진행한 것도 아닙니다. 직업능력개발센터는 혐오시설이 아니며, 서울시교육청에 여유 교육공간이 그리 많은 것도 아니기 때문에 여건이 되는 곳이면 서울시내 어느 지역이든 설치될 수 있다고 봅니다.


서울시교육감으로서 가장 크게 역점을 두는 정책방향을 이야기하라면, 저는 단연코 ‘교육 불평등의 해소’라고 이야기할 것입니다. 저는 ‘태어난 집은 달라도 배우는 교육은 같아야 한다.’라는 일념으로 여러 가지 정책들을 구상하고 시행하고 있습니다. 어떤 의미에서 제기동과 같이 어려운 지역의 교육환경을 개선하고 그런 지역의 학교들에 더 많은 공교육적 지원을 하려고 고민하고 노력하는 교육감이라고 감히 자부하고 싶습니다. 


특수학교나 장애학생 직업능력개발센터는 혐오시설이 결코 아닙니다.  오히려 우리 아이들이 장애를 가진 아이들과 함께 사는 ‘협동능력’, ‘함께 사는 능력’을 배우는 좋은 교육공간이 될 수도 있습니다.


반대하시는 주민들이 제기하시는 여러 우려에 대해서는 일일이 해명 드리지 않겠습니다. 왜냐하면 한 번 오해를 갖게 되면, 그에 대한 해명에 대해서도 끝없이 새로운 반박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장애인을 포함하여 다종다양한 약자들과 함께 사는 세상을 만들어가고자 한다고 할 때, 조금만 마음을 열면 그런 우려들은  ‘감내할 수 있는 불편함‘으로 충분히 수용해주실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시 한 번 간절히 호소 드립니다. 장애학생 직업능력개발센터에 대해서 한 번 더 찬찬히 열린 마음으로 생각해주시기를 읍소하는 마음으로 부탁드립니다. 


“능력에 따라 직업을 선택하여 경제활동을 하고 응당한 보수를 받을 권리가 있으며”

이것은 ‘장애인 인권헌장’에 나오는 말입니다. ‘장애인등에 대한 특수교육법’에도 특수교육대상자에 대해 ‘직업재활훈련 등 자립생활훈련을 실시’하도록 명시하고 있습니다.


장애인이 인간다운 삶을 영위할 수 있으려면 적절한 직업을 가지고 ‘자립’할 수 있는 것이 가장 핵심입니다. 실제로 장애인들이 사회에서 받는 차별과 소외의 대표적인 예가 고용에서의 차별입니다. 사회적으로 가장 약자에 속하는 장애인이 스스로 일할 수 있고 생활을 유지할 수 있도록 온 사회가 지원을 해야 합니다.


우리나라에는 전체 인구의 약 10%에 해당하는 450만명의 장애인이 있으며 이들의 60%가 학교를 다니지 못하거나 초등학교만 다닌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장애인의 열악한 교육환경은 취업에도 이어져 장애인의 취업률은 30% 정도에 불과합니다. 이런 이유로 장애인들이 자립의 기회를 잃어버린다면, 비장애인들이 그들을 부양해야 하는 사회적 비용은 더 높아질 수 밖에 없고 결국 장애인 뿐 아니라 모두가 힘겨운 사회가 될 것입니다.


우리나라 처음으로 장애학생도 직업훈련을 받을 수 있게 됩니다.

사회적응력이 부족한 발달장애 학생들이 직업생활에 필요한 지식과 기능을 실생활 환경에서 익히고 직업에 대한 바른 태도를 함양할 수 있는 시설은 매우 중요합니다. 

비장애학생들은 25개 자치구마다 설치된 진로직업체험센터 등에서 다양한 진로체험을 할 수 있습니다. 또한 자유학기제 과정에서 진로직업교육도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 장애 성인을 위한 직업훈련기관은 부족하나마 소수 있지만, 장애 학생들을 위한 상설 직업훈련기관은 아직 하나도 없습니다.


 서울시교육청은 장애학생의 직업훈련의 중요성을 깊이 인식하고 이를 지원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 일환으로 고등학교 1, 2학년 학생과 전공과 학생에게 직업훈련을 제공하기 위해 성일중학교에 「커리어월드(가칭)」설립을 추진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 시설에는 여러 기업들이 참여해서 실제 직업현장과 똑같은 시설을 갖춘 14개의 직업체험실을 만들어 주기로 했습니다. 교육청과 정부, 기업까지 힘을 합쳐 시도하는 전국 최초의 장애학생 직업훈련시설입니다. 이것은 작은 첫걸음에 불과합니다. 


교육청이 주민 여러분들의 염려를 해소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아직 우리나라는 장애인과 일상생활에서 접촉할 기회가 많지 않습니다. 장애학생과 처음으로 접하게 되면 당황스러울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들은 우리와 똑같은 인권을 가진 사회적 약자로서 도움과 배려가 필요한 사람들이라는 점을 이해해 주시기 부탁드립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울시교육청은 주민들의 염려를 해소할 수 있도록 만전을 기하겠습니다. 등·하교 시간에 안전요원을 배치하고, 횡단보도를 추가 설치하는 등 안전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성일중학교와 별도의 시설로 운영되어 커리어월드 이용자가 성일중학교로 들어가지 않도록 별도의 출입로를 확보하겠습니다. 


또한 장애학생 직업훈련시설이 주민들의 편의를 높이고, 주민들이 즐겨찾는 공간이 될 수 있도록 열린 카페, 제과점, 도서관, 음악회, 장터, 복사․팩스․출력등 사무서비스를 제공하려고 합니다. 지역 주민과 장애·비장애 학생들이 함께 참여프로그램을 설계해서 운영할 수 있도록 계속 지원을 할 것입니다.


그리고 직업능력개발센터의 입주로 성일중학교에 부정적인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분들의 우려가 단지 기우에 그칠 수 있도록, 성일중학교가 더 좋은 학교로 발전해갈 수 있도록 다양한 대책을 마련하겠습니다. 저희 교육청이 준비하는 정책 외에도 학부모님들과 더 많은 지원방안을 모색하기 위하여 머리를 맞댈 준비가 되어 있음을 말씀드립니다. 


아이들이 ‘꼴찌 없는 세상’에서 함께 성장하도록 힘을 더해 주십시오

얼마 전 한 초등학교의 운동회 사진이 전 국민들의 감동을 불러 일으켰습니다. ‘꼴찌 없는 달리기’라는 제목의 이 사진에는 학교 운동회에서  ‘연골무형성증’을 앓는 친구의 손을 잡고 함께 걸어 들어오는 초등학교 6학년 아이들의 모습이 담겨있었습니다. 우리 아이들이 모두가 일등인 경기를 만들어 낸 것입니다. 

우리 아이들 모두가 이런 모습으로 자랄 수 있도록 도와주십시오. 


 앞으로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시대는 혼자서만 잘 하는 시대가 아니라 서로 소통하고 공감하며 협력할 수 있는 삶의 태도가 중시되는 시대입니다. 따라서 사회적 약자를 포용할 수 있는 민주적 소통 능력과 공동체성을 강조하는 교육이 되어야 합니다. 아이들이 서로 소통하는 가운데 협력하고 배려하며 미래사회에 필요한 역량을 기르게 하는 것이 교육의 목표입니다.


존경하는 주민 여러분!


커리어월드는 전국 최초의 발달장애학생 직업훈련기관입니다. 발달장애학생들이 이곳에서의 직업훈련을 통해 꿈을 발견하고 꿈을 키우고 꿈을 만들어가는 기회의 장소가 될 수 있도록 도와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또한 성일중학교의 사례를 본받아 발달장애학생 직업훈련기관이 전국적으로 확산되는 단초가 되기를 소망합니다. 서울시교육청은 성일중학교와 커리어월드가 장애학생의 진로·직업 교육의 명소로, 약자를 배려하고 더불어 살아가는 인성교육의 요람으로, 나아가 주민 복합 편의시설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2015. 11. 06


서울특별시교육감 조희연 

편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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