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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turday, November 23,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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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inion#4 원자력 이야기 3, '아직은 먼 미래, 핵융합 발전'

#4 원자력 이야기 3, ‘아직은 먼 미래, 핵융합 발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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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blastr.com

 

지난 4월 말에 ‘어벤져스 2’가 개봉되면서 전국이 떠들썩했습니다. 히어로들이 전 세계를 배경으로 펼치는 블록버스터급 액션과 스토리의 스케일, 그리고 간간이 나오는 서울 도심의 모습은 우리를 흥분시켰습니다. 어벤져스의 많은 주인공들 중 단연 돋보이는 영웅은 바로 아이언맨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의 가슴에서 푸르게 빛나는 아크 원자로는 아이언맨 슈트의 요구를 만족시키기에 충분한 에너지를 공급합니다. 그렇다면 아크 원자로도 원자력 발전소처럼 폭발할 수 있는 건지 의문이 들 수밖에 없습니다. 만약 그렇다면 아이언맨은 날아다니는 원자폭탄이 될 것입니다. 아크 원자로도 보통의 원자로와 똑같이 작동되는 걸까요?

정답은 ‘아니다’입니다. 저번 칼럼에서 핵분열에 대해 말씀드린 바 있습니다. 핵이 쪼개지면서 우리가 쓸 에너지를 만드는 게 핵분열이라면, 아크 원자로의 원리인 핵융합은 반대로 원자핵을 합쳐가면서 에너지를 만드는 것입니다. 원자력 특집의 마지막 칼럼이기도 한 이번 칼럼에서는 핵융합에 대해 다뤄 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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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밤하늘에 떠 있는 별들은 전부 다 핵융합으로 빛을 냅니다.)

사진 출처: pixabay.com

핵융합은 우리 주변에서, 365일 24시간 우리와 함께합니다.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다고요? 우리 주변에 365일, 24시간 매일 핵융합하는 것 중에서 몇가지를 꼽자면 하늘에 떠 있는 태양과 별이 있습니다. 태양과 별의 주 연료는 수소나 헬륨과 같은 가벼운 원소들입니다. 이런 원소들은 양성자가 한두 개밖에 없기 때문에, 핵융합을 잘 일으킵니다. 친구가 몇 명 없다보니 외로움을 느끼는 것입니다. 그래서 친구들을 만들기 위해 서로 원자핵들을 합칩니다. 더 이상 외로움을 타지 않고 안정해진 원자핵들은 열의 형태로 에너지를 제공합니다. 핵융합에 주로 이용되는 연료인 수소는 바닷물에 널려 있습니다. 수소 1g를 뽑아 핵융합을 시키면 컵라면 4500여 개를 한 번에 끓일 수 있는 에너지가 나오니, 놀라운 에너지원이 아닐 수 없습니다. 토니 스타크가 아이언맨을 핵융합으로 작동시키는 이유를 알게 해 주는 부분입니다.

다시 처음에 나온 의문으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핵융합은 왜 원자폭탄처럼 터질 수 없는 것일까요? 그 이유는 핵융합은 ‘작동시키기도 어렵기’ 때문입니다. 핵분열의 경우, 우라늄과 같은 연료들이 알아서 분열합니다. 원자력 발전소에서 하는 것은 알아서 분열하는 우라늄 덩어리를 잘 제어하는 것입니다. 발전소가 폭발하는 것은 이 제어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했기 때문입니다. 제어가 되지 않아 핵분열이 멈출 수 없는 기관차처럼 폭주하면서 엄청난 에너지를 방출하다가 결국 원자로가 터지는 것입니다. 반대로, 핵융합은 원자핵 둘을 서로 붙여야 일어납니다. 그런데 붙이는 과정이 쉽지 않습니다. 애초에 원자핵이 붙어있었던 핵분열과는 달리, 핵융합에선 원자핵을 붙이기 위해 계속해서 큰 에너지를 투입해야 합니다. 결국, 문제가 생겨서 에너지 투입이 중단되면 핵융합도 자동으로 멈추게 됩니다. 당연히 폭발의 가능성도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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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핵을 합치는 과정은 만화영화처럼 쉽지는 않습니다.

사진 출처 미상

핵융합 과정에서는 핵분열처럼 위험한 방사선이 나오지도 않습니다. 에너지 효율도 높고, 위험성도 적은 데다가 폐기물도 없어 환경 문제도 없으니, 미래의 에너지원으로 상당히 좋아 보입니다. 하지만, 핵융합은 아직 연구 단계에 머물러 있습니다. 핵융합이 일어나는 플라즈마의 온도는 수 억℃로, 태양의 온도를 훨씬 능가합니다. 그만큼 다루기 어려운 물질인데다가, 유지되는 시간 또한 수 초에 불과해 상용화하기에는 어려움이 많이 있습니다.

이런 문제를 풀어나가기 위해, 현재 우리나라를 비롯한 여러 나라들이 핵융합 연구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카이스트 옆에 있는 국가핵융합연구소에 KSTAR라는 연구용 핵융합로가 있습니다. 1995년부터 개발하기 시작해서 2007년에 완공하였으며, 개발비만 총 4000억 원이 들어간, 건국 이래 최대 개발비가 투입된 사업 입니다. 또한, 우리나라를 비롯한 6개 국가와 유럽연합이 협동하여 짓고 있는 핵 융합로도 있습니다. ITER이라고 하는 초대형 핵융합로로, 현재 프랑스 카다라시 지방에 짓고 있습니다. 눈여겨볼 점은, ITER의 설계와 KSTAR의 설계가 근본적으로 같다는 것입니다. 이는 우리나라의 기술 수준이 세계적인 수준이라는 의미로도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자원이 부족한 우리 나라는 핵연료나 화석 연료를 비롯한 대부분의 연료를 외국에서 수입해 사용합니다. 에너지에 대한 외부 의존도가 높은 만큼, 핵융합 연구는 우리나라에게 더욱 절실한 연구로 다가옵니다. 하루빨리 핵융합 기술이 상용화되어, 핵융합을 통해 에너지 문제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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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재 국가핵융합연구소(NFRI)에서 연구중인 KSTAR 전경)

사진 출처: iter.org

오늘의 총정리!

– 핵융합은 원자핵 두 개가 합쳐지는 과정이다. 이 과정에서 에너지가 나온다.

– 핵융합 반응은 계속 에너지를 공급해야 하므로, 폭발할 일이 없다.

– 우리나라를 비롯한 많은 나라들이 핵융합을 연구하고 있다.

더 알아보기 | 상온 핵융합과 아크 원자로

  1989년 미국의 과학자인 마틴 플라이슈만과 스탠리 폰즈는 팔라듐 전극을 이용해 중수를 전기분해하는 과정에서 핵융합에 성공했다고 발표합니다. 두 과학자가 시도했던 방법은 기존의 방법처럼 수억 ℃까지 온도를 높이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상온 핵융합’으로 불립니다. 이 연구는 에너지 문제의 해법이라는 타이틀을 타면서 언론을 통해 크게 알려지게 되고, 많은 과학자들이 실험을 재현해 보고자 팔라듐을 사들이게 됩니다. 하지만 실험을 재현하던 모든 연구팀이 시도가 실패로 돌아가, 결국 이 사건은 하나의 해프닝으로 끝나고 맙니다. 그러나, 일부 과학자들은 희망을 버리지 않고 현재까지 상온 핵융합 연구를 진행 중에 있습니다. 학회 또한 에너지 문제에 대한 열린 자세라는 의미로, 제한적으로나마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개인적 생각으로는, 당시 큰 사회적 파장이 되었던 것의 영향을 받아, 아이언맨의 아크 원자로가 ‘팔라듐’을 사용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더 알아보기 | 핵융합, 핵분열과 E=mc²

 

어디선가 많이 들어보았을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 공식 E=mc²의 정확한 명칭은 ‘질량-에너지 등가 원리’ 식입니다. E는 에너지, m은 물질의 질량이고, c²는 빛의 속도의 제곱입니다. 이 식이 사용되는 곳이 바로 핵반응입니다. 핵융합이나 핵분열 과정에서는 반응 전후 질량의 차이가 발생하는데, 그 질량에 빛의 속도의 제곱을 곱한 것만큼 에너지가 나온다는 것이 이 식의 의미입니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c²의 크기입니다. 흔히 빛의 속도를 비유할 때, 지구를 1초에 7바퀴 반 돈다고 합니다. 수치로 나타내면 299,792,458m/s 정도입니다. 이것을 제곱하면, 아무리 물질의 질량(m)이 작다고 해도 나오는 에너지의 양(E)는 적잖이 큰 숫자가 됩니다. 이것이 핵반응에서 큰 에너지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수완뉴스 권동현  칼럼니스트([email protecte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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