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완뉴스=임윤아 칼럼리스트] 가을도, 여름도 아닌 우포늪에서 보았던 건, 안개낀 습지와도 같은 분위기였다. 사실, 우거진 느낌이 강해서 운동장을 돌거나, 산책로를 따라 걷는 느낌과는 전혀 다르다. 이곳의 장점은 이름이 알려진 만큼 화려한 시설이 있다거나,관람용 기구들이 있는 건 아니었다. 벤치가 군데군데 놓여있고, 높은 설치물이 없어 드넓은 하늘이 보인다. 날벌레가 날아다니는 것까지 우포늪의 정취로 보인다.
무엇보다 해가 질 때, 황금빛으로 변하는 우포늪을 만날 수 있다. 시골 같으면서도, 섬 같으면서도, 나만 아는 공간처럼 보이는 우포늪이 특별한 건, 하루의 시간 경과를 온몸으로 받아낼 수 있어서다. 해가 어떤 각도로, 얼마만에 지든지 신경 쓸 겨를도 없이, 내게 지는 그림자를 바라볼 수 있어 아름답다는 부분에 있다. 특히, 생태계가 그대로 보존되어 있음을 바로 피부에 와닿을 수 있다는 점이 큰 장점으로 작용된다. 중배백로와 왜과리, 물닭의 먹이 활동까지 넌지시 바라볼 수 있다.
이밖에도 신전늪, 조대늪, 법수 질날늪, 울주무제치늪, 번개늪 등의 다양한 늪이 전국구에 분포되어 있다.
바다와 호수만의 아름다움도 있지만, 분명히 알아야할 건, 늪의 평온이다. 맨 처음엔 잔잔함으로 다가왔다가 삶의 터전으로 다가왔다. 누구의 소유도 아닌 늪지대를 편안한 몸과 마음으로 맞이해도 좋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