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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iday, November 22,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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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inioncolumn#3. '감각의 인지로 계발하는 디자인 창의성'

#3. ‘감각의 인지로 계발하는 디자인 창의성’

안녕하세요?

수완뉴스에서 ‘감각의 인지로 계발하는 디자인 창의성’ 으로 매주 일요일마다 여러분을 만나고 있는 조윤서 칼럼니스트입니다.

 

창의성을 계발하려면 그 바탕이 되는 감각의 인지 과정을 다루어야 합니다. 창의적인 생각을 비롯한 대부분의 생각들은 감각에 따른 반응에 의해 생겨나는 것이기 때문에, 창의성의 바탕을 이루는 인지 과정을 먼저 이해하고 계발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래서 여러분과 총 2번에 걸쳐 ‘창의성이 계발되는 맛 평가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창의성이 계발되려면 그 바탕이 되는 감각의 인지 과정을 다루어야 합니다. 창의적인 생각을 비롯한 대부분의 생각들은 감각에 따른 반응에 의해 생겨나는 것이기 때문에, 창의성의 바탕을 이루는 인지 과정을 먼저 이해하고 계발할 필요가 있습니다. 따라서 이제부터는 ‘감각의 인지 과정을 계발하는 맛 평가 이야기’를 나누고 싶습니다.

 

‘인지’란 무엇일까요? ‘인지(cognition)’의 사전적 개념은 감각정보가 변형되고, 축소되고, 정교화 되고, 저장되고, 인출되는 모든 과정을 말합니다. 즉 형태인식, 주의집중, 기억, 문제해결, 창의적인 사고 등 거의 모든 사고과정을 포함합니다. 그래서 먼저 감각에 대하여 감각의 반응 현상과 감각의 반응이 일어나는 인지과정을 맛 평가를 통해 알아야 합니다.

 

그럼 사례를 통해 설명을 드려보겠습니다.

 

제가 인상 깊게 맛 평가를 한 곳은 강남구 서초동 예술의 전당 오페라 극장 안에 있는 ‘카페 푸치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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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푸치니 입구, 사진 촬영 : 조윤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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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푸치니의 주방 및 카운터, 사진 촬영 : 조윤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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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카치아 (감자로 맛을 낸 이탈리아의 전통 포카치아 위에 토마토 토핑을 얹은 빵), 사진촬영 : 조윤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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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성된 포카치아 사진 촬영 : 조윤서)

 

이 카페 입구 앞에 서서 입구를 바라보았을 때, 입구가 주황색 사각형으로 둘러쳐져 있는 모습은 여태까지 살면서 처음 본 것이었기 때문에 그 사각형에 집중이 확 쏠리는 것을 느꼈습니다. 주황색으로 인해 이국적인 곳에 온 것 같으면서도 긍정적인 마음이 들어 웃음을 지었습니다. 사각형은 유리문의 테두리와 사각형으로 이루고 있어서 ‘사각형의 사각형’이 직선적인 인상이 들었지만 주황색으로 인해 카페 안은 어떻게 생겼을지 궁금증이 증폭되었고, 유리문뿐만 아니라 아직 들어가 보지 않은 카페까지 돋보였습니다.

 

또한 입구는 유리문으로 되어 있어 카페 밖에서 안이 시야각 범위 안에서 훤히 보였습니다. 그래서 입구를 맨 처음 보았을 때 왠지 쾌적하다는 느낌을 받았고, 카페 내부 공간이 넓어 보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유리문으로 인해 카페 외부에 있는 데도 불구하고 카페 내부와 연결되는 느낌도 받았습니다. ‘왜 연결될까?’란 생각이 들었을 때, 카페의 밖과 안을 경계로 짓는 실버색의 유리문 하단이 보였습니다. 하단만 둘러치지 않은 주황색 사각형 테두리도 함께 보이면서, 카페와 지금 있는 공간이 연결되는 듯 싶으면서도 두 개의 공간이라는 것을 인지하였습니다.

입구에 들어설 때, 주황색 사각형 테두리가 유리문보다 높고, 크며 두꺼웠기 때문에 발을 제외한 모든 몸을 감싸 안는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보호를 받는 느낌이 들었고, 이는 안과 밖의 밝은 조명으로 인해 대접받는 느낌으로 변했습니다. 이 느낌이 카페에 대한 인상을 좋게 하는데 한 몫 한 거 같군요.

포카치아를 골랐을 때, 동그란 빵 표면은 윤기가 나지 않아 건조해 보였고, 약간 딱딱해 보였습니다. 반쪽짜리 토마토는 생기가 없어 보인 채로 빵에 박혀 있었는데, 달의 크레이터 구멍이 상상되었습니다. 그렇게 상상하고, 다시 포카치아를 보니 맨 처음에 사실적으로 보였던 건조함 및 딱딱해 보이는 이미지가 딱 달의 표면이라고 생각하니 볼품없이 느껴졌던 빵이 신비롭게 다가왔습니다.

 

그런데 카페에서 이 빵을 직접 구워 준다고 하기에, 구워서 나온 빵의 전체적인 형태는 어떨지 또 상상해 보았습니다. ‘아마 포카치아의 구워진 토마토는 발그스름한 붉은색으로 빛날 것이고, 그 안에 초록색과 연두색이 섞인 중간색의 액즙이 터져 나올 듯이 토마토 껍질 안에 담겨 있을 것이다, 빵 표면은 노르스름하게 구워지되 테두리 일부는 달의 어두운 바다처럼 약간 그을린 채로 나올 것이다, 그 외에 장식은 없겠지. 만약 있다면 초록색 바질 가루가 빵 군데군데에 뿌려져서 달의 빛나는 일부분과 비슷하게 될 것이고, 잘린 아몬드를 뿌려주어서 빵이 입체적으로 보이겠지’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 생각 덕분에 구운 빵의 형태가 더욱 궁금해졌습니다.

 

주문한 지 10분 후 포카치아가 나왔을 때, 구운 토마토들의 속은 노란 색과 연두색 중간의 먹음직스러운 빛깔로 조명 빛에 발하여 수분감을 드러내었고, 표면은 다홍색이었습니다. 그러한 토마토들 7개가 알알이 박혀 있었고, 빵의 노릇노릇한 표면과 약간의 대비를 이루니 식욕이 자극되었습니다.

 

포카치아에는 하얀 소스, 갈색 소스가 타코야끼처럼 가로, 세로로 뿌려져 있었으며, 소스가 묻은 부분은 납작한 상태인 초록색 허브잎이 놓여 있었습니다. 빵에서는 뜨거운 김이 활활 나고 있었고, 그 빵 주변에 하얀 빵가루같은 것이 뿌려져 있어서 먹음직스럽게 보였습니다.

 

포카치아를 담고 있는 접시는 가로줄들이 연속적으로 새겨진 밝은 나무판이었는데 밥주걱 형태여서, 밥을 풀 때에만 사용하는 것 같았던 밥주걱 형태가 빵을 위에 담아 옮길 때에도 쓰인다는 것을 깨닫고 특이하게 느꼈습니다.

 

포카치아와 함께 주문한 오렌지 주스는 얼음이 동동 띄워졌기 때문에 뜨끈뜨끈한 포카치아와 온도 조화가 잘 어울렸습니다.

 

포카치아와 함께 주문한 오렌지 주스는 얼음이 동동 띄워졌기 때문에 뜨끈뜨끈한 포카치아와 온도 조화가 잘 어울렸습니다.

 

포카치아를 먹기 위한 도구들을 검은 사각형 플라스틱판에 옮길 때, 그 판이 패스트푸드점에서 보던 것과 유사하여 ‘지금 있는 이 곳이 예술의 전당 카페인지, 패스트푸드점인지’ 약간 헷갈렸습니다. 그렇지만 잠시 후 사각형이라는 이미지가 입구에서 보았던 유리문 테두리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빵에서 느꼈던 동그란 이미지도 떠올라서 예술의 전당의 이미지는 곡선과 직선이 함께 있는 곳이라는 것을 느꼈습니다.

 

포카치아를 먹기 위한 도구들을 검은 사각형 플라스틱판에 옮길 때, 그 판이 패스트푸드점에서 보던 것과 유사하여 ‘지금 있는 이 곳이 예술의 전당 카페인지, 패스트푸드점인지’ 약간 헷갈렸습니다. 그렇지만 잠시 후 사각형이라는 이미지가 입구에서 보았던 유리문 테두리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빵에서 느꼈던 동그란 이미지도 떠올라서 예술의 전당의 이미지는 곡선과 직선이 함께 있는 곳이라는 것을 느꼈습니다.

 

나이프로 포카치아를 자를 때, 자르는 부분에서 열기가 바깥으로 순식간에 용솟음쳤고, 구운 토마토는 자기가 함유하고 있던 수분을 분출하며 컷팅되는 동적인 모습을 보여 주었습니다.

 

포카치아를 맛볼 때, 그 두께는 얇았습니다. 겉을 통과할 때 깊은 것 같으나 밑바닥까지 도달하는데 시간이 짧았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토핑들이 많이 얹어져 있어서 빵의 두께가 얇은지 잘 인식할 수 없게 만들어졌습니다.

 

토마토가 있는 부분에서는 토마토의 겉이 눌려지면서 그 안의 국물이 입 속으로 쑥 들어와 입천장과 혓바닥 그리고 최종적으로 볼을 휘감다가 삼켜져서 싱겁고, 시그름하면서도 따뜻하고 어딘가 모를 약한 짭짤함이 느껴졌습니다.

 

토마토 액즙은 하얀색, 갈색 소스들을 입 속에서 씻어 내려가게 해주었고, 소스 맛에 심취하려고 할 때면 파슬리의 향이 감돌아서 감각들에 골고루 집중을 할 수 있게 해주었습니다.

 

포카치아 맛을 향한 집중이 잠깐 흐려질 때쯤 카페에서 바이올린 협주곡, 피아노 연주 등의 음악이 흘러나와 집중을 잠깐 그 쪽으로 옮긴 후 다시 포카치아 맛으로 넘어 옴으로써 집중의 끈을 놓지 않았습니다.

 

이번 포카치아 사례는 맛을 섬세하게 표현하기 위해 감각 요소에 들어오는 반응들을 집중적으로 인지하여 그것을 하나하나 풀어내는 과정을 거쳤습니다. ‘예술’은 흔히 감각의 반응 현상을 표현하는 과정이라고 합니다. 예술의 가치는 감각의 현상을 세세하게 표현함으로써 관람객들에게 깊은 감명을 주는 데에 있습니다. 이러한 의미에서 맛을 표현하는 것은 예술을 표현하는 것과 원리가 같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감각 요소의 인지 과정을 계발시키는 맛 평가는 예술 활동을 하는데 기반이 됩니다.

 

다음 4회에서 계속 이야기를 나누어 보도록 하겠습니다.

 

수완뉴스 조윤서 칼럼니스트([email protected] )​

조윤서 칼럼리스트
조윤서 칼럼리스트
조윤서 칼럼리스트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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